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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박성수 칼럼] 화폐개혁도 미국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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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수 작성일19-10-04 06:51 조회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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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는 OPEC을 중심으로 결성된 주요 산유국들이 과점체제를 형성하기에, 수요자보다는 공급자의 시장 영향력이 크다고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계 최대의 석유 수요국임 동시에 셰일 가스를 바탕으로 막대한 공급 역량을 갖춘 미국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산유국에 대한 석유의존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역량을 바탕으로, 최대 산유국인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 직면한 이란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국력이 쇠약해지고 있음은 환율을 통해서 명증하게 보여지고 있다. 지난 8월 31일 미국 달러화 대비 이란 화폐의 공식 환율은 4만2000리알이었다. 이는 2018년 1월 초반 3만6000리알이던 공식 환율이 계속 상승하자, 즉 리알화의 가치가 폭락하자 작년 8월 이후 현재까지 4만2000리알 정도로 이란 정부에서 환율을 통제했기 때문에 형성된 환율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통제하는 공식 환율은 필수품목을 수입하는 과정 등으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며, 실제 시장에서 융통되는 환율은 이보다 더 높다.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실제 환율은 15만 리알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최대 산유국의 명성이 아까울 지경이다.

이란은 세계 최대 산유국 가운데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는 다름 아닌 미국의 국제질서에 순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높은 환율로 인해 수입품의 가격이 상승했고, 무역 제재로 인한 필수품 부족 현상이 만연하다. 결과적으로는 필수품 가격 폭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핵의 제한이 아닌 완전한 폐기가 관철되기 전까지는 경제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군사물자로 이용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모든 품목의 거래는 미국에 의해 봉쇄되었다. 실믈 뿐만이 아닌 금융에 있어서는 미국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하여, 일반적 국제거래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이란 정부가 이런 상황을 손 놓고 관망만 한 것은 아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의 경제제재에 저항하며 국민 삶을 안정화, 곧 통화가치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화폐개혁을 단행하였다. 필수품 공급 부족에 기초한 인플레이션율이 50%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는 통화가치의 비례적은 폭락을 의미하기에 새로운 통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앞 문단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정부의 공인 환율과 실제 시장 환율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이란 기업들은 감히 보유한 달러화를 리알화로 환전하지 못하고 있다.

화폐 개혁의 본질은 어렵지 않다. 기존의 리알화 환율에서 0을 몇 개 떼어내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구권과 신권의 교환 과정이 이루어지며, 민간 경제 주체들의 현금 보유 자산을 파악하여 조세 징수에 반영하려는 부수적인 의도도 있을 것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 8월 21일 의회에 제출한 법안에 따르면, 이번 화폐개혁은 통화 단위를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형태 화폐개혁이다. 현재의 이란 화폐인 리알에서 ‘영’ 네 개를 떼어낸 다음, 통화 이름을 ‘토만’으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이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거래비용(transaction cost)를 줄이기 위해서, 민간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수면으로 띄워 과세대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와 같은 경제적 이유도 있겠지만,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경제 제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의도도 다분히 포함된 개혁이다.

그러나 미국이 묵인 및 동의하지 않는 화폐개혁은 의도한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 오히려 경제적 불확실성만 높아질 수 있다. 우리 한국의 경우도 리디노미네이션이 주제가 되어 한국은행 등의 금융기관과 국회에서 거론된 적 있지만 실제 시행하고 있지 않은데, 경제가 불황기인 상황에서 화폐개혁은 오히려 금융불확실성과 현재의 실물경기 질서를 와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석유를 비롯한 자원이 풍요롭다고 해도, 아무리 생산 능력이 높은 경제라 해도, 그것을 타국과 무역 및 교류하지 않는다면 해국의 경제는 침체되고 곤란에 처함을 이번 이란 사태가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경제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지가 명증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어찌보면 잠재적으로 이란과 같은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외교의 최우선 목표로 상정하고 활동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 상황 개선은 미국 주도 질서에 편승하여 일본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지양하고 국제무역 규모를 늘리는 것으로 가능하다. 김정은이나 조국과 같은 유해한 도박을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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