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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 다시 생각하는 트리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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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린비 작성일20-04-19 19:24 조회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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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연준(FRB)의 ‘가지 않은 길’이 연일 화제다. 과거에 일부 금융기관 및 주택담보대출 담보부 채권, 우량 회사채에 국한되어 적용되던 중앙은행의 ‘최종 대부자’기능이 코로나파국이 종결될 때까지 더욱 확대되는 상황이다. 1초당 100만 달러가 풀리고 있으며, 미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양적완화를 표방하고 있다.

2008 국제금융위기 이후 최초로 양적완화가 적용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트레핀의 딜레마’가 언급된다. 이는 주요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달러화와 관련된 개념인데, 달러화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달러화를 전 세계 도처에계속 공급해야 하지만, 상황이 지속되면 달러 가치가 떨어져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맥락의 개념이다.

지금 적용되고 있는 국제통화제도는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 시장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 형성되었다. 과거 금본위제 등과는 달리, 국가 간 환거래에 있어 조약이나 협약이 없이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하다. 킹스턴 회담 이후 성립된 이러한 체제는 신(新) 브레튼우즈 체제로 통칭되는데, 기존의 고정환율이 아닌 변동환율이 적용되기에, 달러화와 같은 기축통화의 신뢰성이 저하되더라도 이를 조정할 방법이 없다. 그렇기에 일각에서는 새로운 기축통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아직까지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미국은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수준의 경상수지 적자’를 만들어 내야만 했고, 경상수지 적자가 과도하여 대외불균형을 완화하는 과정에서는 상대국과의 마찰과 무역전쟁, 환율전쟁도 불사해왔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유지한 덕분에, 화폐발행차익의 비용을 쉽게 외국에 분담시키며 시뇨리지를 얻어왔다. 만약 이번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특단의 조치를 바탕으로, 달러화의 가치가 급락하고, 그에 따라 미국이 기축통화국의 위상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가정법은 그다지 유용한 것이 아니지만, 현 국제금융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달러화를 외환보유고로 보유해오던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이른바 ‘탈 달러화 현상’이 유동성이 풍부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어쩌면 미중 무역전쟁과 트럼프 정부가 가속화시킨 보호무역(혹은 양자 간 자유무역)으로 쇠퇴하고 있는 세계화가 더욱 침체될 수 있다. 블록체인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 통화를 고안하려는 노력 역시 달러화의 위상을 낮추면 낮추었지 높일만한 작용은 아니다.

물론 FRB가 쉽게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반납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충격의 여파가 어느 정도로 지속될지는 미지수인 상태지만, 연준이 멀지 않은 시간 내에 출구전략을 작동시킬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출구전략을 과도하게 성급하게 추진해 실물 및 금융시장에 또 다른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일각에서 출구전략이 아닌 화폐개혁을 바탕으로 달러의 가치를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 제기되는 이야기이다.

화폐개혁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결국 화폐의 거래단위를 축소하는 ‘리디노미네이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결코 무시될 수준은 아니지만, 화폐개혁을 바탕으로 달러화의 대외적인 위상이 제고될 수 있으며 지하경제의 활성화를 통해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수도 있다. 달러화의 가치 폭락을 해결하고,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는 인플레이션 현상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그렇게 생겨난 것이다.

혹자는 출구전략, 화폐개혁이 아닌 금본위제를 부활시키는 등 과거와 같은 고정환율제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창한다. 실제로 이는 무역 활성화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정 선호하는 방식이다. 다만 금은 그 공급량이 절대적일뿐더러, 금을 보유한 국가들에 큰 특혜가 부여된다는 점에서 국제적 합의를 도출해내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그보다는 ‘디지털 달러’를 구상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거래비용을 현저히 줄이기에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디지털 화폐의 지위, 달러화가 꿰차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연준은 디지털 달러화의 기본 작업은 완수한 상태이다.

지금 당장 달러화가 휴지조각이 될 리는 만무하며, 연준은 아마 점진적인 출구전략을 바탕으로 현 상황을 타개할 것이다. 다만 우리는 합리적 경제인으로서 지금의 달러화의 위상과 관련된 논의를 이해하고, 투자자로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민감하게 신경을 곤두세워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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